현충일을 앞두고 부모님께서 대전현충원에 가십니다.
흰머리 성성한, 구순을 앞둔 노구임에도 가야 한다고 하십니다.
제가 가니 이제는 그냥 계시라고 말려도,
작년에는 무릎 수술을,
얼마 전에는 허리뼈에 금이 가서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그깟 통증은 참을 수 있으니 문제 없다며
할아버지 좋아하셨던 거라며 찹쌀떡 꼭 안고
새벽에 산골 오지 마을에서부터 출발하여
버스타고, 기차타고, 택시 타고, 또 버스 타고
그렇게 현충원에 오십니다.
그렇게 갈 수 있을 때까지는
당신의 아버지께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족히 6시간 넘게 걸려
이 더운 날에 현충원을 찾습니다.
1950년, 10대 초반의 나이에 당신의 아버지와 영원히 헤어지시고,
평생 고생만 하며 살아오신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비석에 술 한 잔 올리는 모습이
마치 평생 그리움으로만 남았을 당신의 아버지
할아버지 품에 안길 날도 머지 않았다고
속삭이는 것만 같습니다.
차도 없는 못난 자식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 안 들었는데
오늘은 왜 이리 눈물이 날까요?
목이 메일까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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