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다가 좌측에 거대한 나무가 보여서 속도를 줄여봅니다.
'당산나무야?
우와~ 저렇게나 커?'
멈추어 마을을 걸어봅니다.
천년송을 구경하고 돌아서는데, 마을의 맨 위쪽이 수상하네요.
암자인듯 합니다.
많이 망설입니다.
후텁지근, 호흡조차 힘겨운 무더위가 해무를 타고 스믈스믈 몸을 괘롭히네요.
'하~~~~
본걸 어떻하냐?
가보자~~'
법당 하나에 생활용 건물 두개가 끝인 암자네요.
암자 주변은 온통 꽃으로 가득합니다.
수많은 종류의 꽃.....
그 사이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사그락, 사그락...."
스님 한분이 꽃을 심고 계시네요.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구경합니다.
잠깐사이 구경이 끝나고, 그냥 갈수는 없습니다.
오는이의 행복을위해, 손으로 흙을다져 많은 꽃들을 가꾸셨는데,
인사는 하고 가야죠.
"스님~ 잘 보고갑니다.
또 들리겠습니다."
그제서야 스님이 활짝 웃으시며 다가 오시네요.
"아, 하하...
어디서 오셨습니까?"
더러워진 손을씻고 차한잔 대접 하겠다고 하시네요.
앉아봅니다.
"오셔서 이렇게 보시면, 알면서도 그냥 모른척 합니다.
인사를 하면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맞습니다. 스님~
요즘 사람들은, 예사람과 다르게 각박해져 가네요."
"당연하게 저는 법당이나 보시고 조용히 가실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불편해 하지 않으시는게 참 좋아보입니다."
"사실은 저두 그렇습니다.
때로 어떤 스님들은 말을 거는걸 불편해 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오늘 스님께서 말을 안걸어 주셔서 내심 서운했습니다."
기념하라며, 내 전화기를 받아서 이리저리 열심히 사진도 찍어 주시네요.
독서를 좋아하고, 젊어서 여행을 즐기셨다는 스님과는 공통점이 참 많았습니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셔요?"
"천관산으로 갈겁니다."
"아, 천관산.....
아주 오래전에 내가 천관산 아래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는데,
주인이 나한테 돈을 안받았어요.
돈을 못줄것도 아니지만, 내가 중이라고 그분이 선의를 배푸신게,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거든요.
이렇듯, 좋은 마음과 인연은, 시간이 지나도 점점 커지는거 같아요.
스님이 정이 넘치시네요.
이차도 저차도 자꾸만 꺼내시네요.
한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스님, 다음에 꼭 다시 찾겠습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또 좋은 이야기 할수있길 기다리겠습니다."
암자를 떠나기 전, 다시한번 법당과 절 곳곳을 돌며 설명을 주시네요.
단순한 탱화라고 생각하고 흘려 봤습니다.
정말 재미난 절입니다.
탱화속 부처님이 제자옷을 들고 바느질을 하고있습니다.
비천사가 첼로를 연주하고, 옆엔 부처님이 원두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림을 자세하게 관찰하지 못하면 알수없는, 또다른 재미도 있네요.
"스님, 다음에 또 차 마시러 오겠습니다~"
진도에서의 인연이, 오늘내내 미소짓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누구에여?
기분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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