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그라비아 모델 소속사 전·현직 대표들이 35회에 걸쳐 모델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2년 만이다. 그라비아는 일본에서 1970년대에 시작된 성인 잡지의 한 형태로, 2000년대 들어 모델들이 연예계에 진출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22일 문화일보 취재 결과,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최근 아트그라비아 전 대표 장모 씨를 피감독자 간음·성착취물 제작·무고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이 회사 운영실장을 맡다 대표직을 넘겨받은 이모 씨도 성착취물 소지 및 무고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8월 21일 열린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장 씨는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경기 부천시 일대 호텔에서 모델 사진을 촬영하던 중 관계상 우위를 악용, 소속 모델 5명을 13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촬영 중 “표정이 좋지 않다. 눈을 감고 느끼라”며 모델 9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도 추가됐다. 장 씨는 고교생인 미성년자에게 성행위를 암시하는 자세를 요구하면서 사진·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모델들 중 일부는 장 씨가 밀실 촬영 중 신체를 접촉했고 “지시를 거부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다며 지난 2023년 7월 경찰에 고소했다. 이를 계기로 그라비아 모델 업계에서 처음으로 미투(Me Too)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장 씨와 이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수사과정에서 “모함”이라며 피해자나 미투에 동참한 모델 16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실제 피해를 진술한 것에 불과하고, 사건 무마를 위해 휴대폰을 은폐했으며, 추가 고소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그러면서 장 씨와 이 씨를 무고 혐의로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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